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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 - 편견 / 용기 / 관계성

by 온슬노트 2025. 7. 30.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영화 포스터

 

 

1997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는 제임스 L. 브룩스 감독이 연출하고, 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 그렉 키니어가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잭 니콜슨)과 여우주연상(헬렌 헌트)을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강박장애(OCD)를 가진 인기 작가 멜빈 유달이 이웃 화가 사이먼과 웨이트리스 캐럴과의 관계 속에서 점차 변화해 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핵심 요소인 ‘편견’, ‘용기’, ‘관계성’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작품의 주제와 시사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편견을 넘어서는 이야기

주인공 멜빈 유달은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며, 로맨스 소설을 쓰는 작가입니다. 그는 강박장애(OCD)를 가지고 있어 세정제 없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음식도 반드시 같은 식당에서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메뉴를 주문합니다. 이러한 그의 병적 행동은 단순히 이상한 습관이 아닌 실제 정신 질환의 특징입니다.

이웃인 사이먼은 게이 화가로, 멜빈은 처음부터 그의 성적 지향성에 대해 모욕적이고 편견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습니다. 그는 개를 혐오하며, 사이먼이 기르는 개 '버델'에게도 거부감을 보입니다. 그러나 사이먼이 강도를 만나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부득이하게 멜빈이 개를 맡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멜빈은 버델을 돌보는 과정에서 점차 감정을 공유하고 변화의 계기를 맞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 그리고 낯선 존재에 대한 거부감 등을 묘사합니다. 멜빈은 편견을 가진 인물로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점차 그것을 극복해나갑니다. 이는 영화가 단순한 감정선이 아닌, 사실적인 사회 인식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병을 안고 살아가는 용기

멜빈은 강박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영화는 그를 일방적으로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소설가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고립된 삶을 살고 있으며, 누구와도 감정을 나누지 않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고립은 병의 증상이자 결과입니다.

그가 매일 식사를 하는 식당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은 웨이트리스인 캐럴입니다. 캐럴은 편모로, 병약한 아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멜빈은 자신의 익숙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캐럴이 꼭 식당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캐럴의 아들을 위해 유명한 병원의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 과정에서 멜빈은 자기중심적인 삶의 틀을 깨기 시작합니다.

그는 불안과 강박을 무릅쓰고, 뉴욕에서 볼티모어까지 여행을 떠나는 등 평소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행동들을 시도합니다. 특히 여행 중 사이먼과 감정을 나누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줍니다.

영화는 멜빈이 병을 이겨낸 영웅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는 여전히 강박적인 행동을 반복하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병을 감추지 않으며, 변화하려는 노력과 행동으로 극복의 실마리를 만들어갑니다. 이는 병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매우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합니다.

 

 

 

얽히고설킨 관계의 힘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세 인물 간의 관계성입니다. 멜빈, 캐럴, 사이먼은 각각의 아픔과 사연을 안고 있지만, 이들은 서로를 통해 변화합니다.

사이먼은 강도의 습격으로 심리적·경제적 위기에 처하고, 이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습니다. 그는 부모에게 의지하려 하나 외면당하고, 결국 멜빈과 캐럴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여행 중 사이먼은 다시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열정을 회복하고, 잊고 있었던 가족에 대한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캐럴은 멜빈의 괴팍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의 선의를 인정하며, 때때로 단호하게 그의 행동을 제지합니다. 캐럴의 존재는 멜빈에게 인간적인 감정과 소통의 가능성을 일깨워줍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멜빈은 그녀에게 “당신 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라는 대사를 합니다. 이 장면은 관계를 통한 내면의 성장과 변화를 상징하는 명장면입니다.

세 인물은 완벽하지 않으며, 관계 역시 매끄럽지 않습니다. 갈등, 거리감, 오해가 반복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관계를 이어갑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는 현실을 직시하게 하며, 관계 속에서 상처를 치유받고, 회복되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결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강박장애, 성소수자, 편모가정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현실 요소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유머와 감동을 잃지 않는 고전 명작입니다. 영화는 멜빈이라는 한 인간의 변화 과정을 통해 편견을 극복하고, 병을 안고 살아가는 용기를 보이며, 관계 속에서 치유되는 힘을 사실적으로 그립니다. 그리고 고립되고 단절된 사회 속에서 이 영화는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우리는 타인을 향한 시선을 다시 생각하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점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관계 속에서 다시 나를 발견해보세요.